음식에는 다양한 과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오늘은 탕수육은 왜 바삭할까? – 전분과 글루텐의 과학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탕수육의 첫인상, 바삭함의 비밀
탕수육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삭하게 튀겨진 고기 위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어 먹는 장면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바삭함’은 단순히 기름에 튀긴다고 해서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떤 집은 바삭하다 못해 딱딱해지기도 하고, 어떤 집은 금세 눅눅해져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렇다면 탕수육의 바삭함은 무엇으로 결정될까요? 핵심은 바로 튀김옷을 만드는 전분과 밀가루 속 글루텐입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우리가 좋아하는 ‘겉바속촉’ 탕수육이 탄생합니다.
탕수육은 일반적인 튀김(예: 치킨, 돈가스)과 달리 밀가루 대신 감자전분이나 고구마전분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유는 전분이 만들어내는 얇고 단단한 껍질 덕분에 기름 속에서 수분을 지켜주고, 표면은 바삭하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분과 글루텐, 탕수육 튀김옷의 과학
탕수육 튀김옷을 만들 때 주로 쓰이는 재료는 감자전분, 고구마전분, 혹은 옥수수전분입니다. 이 전분들은 공통적으로 글루텐이 거의 없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물을 섞을 때 생기는 끈끈한 단백질인데, 빵이나 면을 쫄깃하게 만드는 데는 필수지만, 튀김에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글루텐이 많아지면 튀김옷이 두껍고 질겨지면서 바삭함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전분은 열을 받으면 호화(糊化, gelatinization)라는 변화를 겪습니다. 전분 입자가 물을 흡수하면서 팽창하고, 기름에 들어가면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면서 얇은 막을 형성하죠. 이 과정에서 공기 방울이 미세하게 생겨 표면이 바삭한 구조로 변합니다. 즉, 우리가 느끼는 ‘빠삭한 식감’은 전분 입자가 물과 만나고 다시 기름에서 튀겨지는 순간의 과학적 변신 덕분입니다.
한편, 전분을 오래 두면 가라앉는 성질이 있는데, 탕수육 집에서 ‘튀김옷 반죽’을 보면 위에는 맑은 물이 뜨고 아래에는 하얀 가루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걸 잘 저어서 쓰는 이유는 전분이 고르게 분포해야 균일한 튀김옷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부 요리사들은 더 바삭한 식감을 위해 물전분 반죽을 냉장 보관해 전분과 물을 분리시키고, 바로 위의 전분층만 긁어내 사용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기름 속에서 수분이 빠르게 날아가며 더 얇고 바삭한 껍질이 형성됩니다.
바삭함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
탕수육의 진짜 승부처는 소스를 부었을 때 드러납니다. 갓 튀긴 고기는 바삭하지만, 소스를 끼얹으면 금세 눅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물리학적, 화학적 원리가 동시에 작용합니다. 튀김옷은 기름에 한 번 코팅되어 수분을 막고 있지만, 소스의 수분은 튀김옷 틈새로 빠르게 스며듭니다. 그러면 전분 입자가 다시 수분을 흡수해 원래의 쫀득한 상태(노화, retrogradation)로 돌아가기 시작하죠. 그래서 탕수육이 눅눅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삭함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두 번 튀기기: 첫 번째는 낮은 온도(160도 정도)에서 속까지 익히고, 두 번째는 높은 온도(180도 이상)에서 짧게 튀겨 표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튀김옷에 약간의 밀가루 섞기: 전분만 쓰면 너무 얇아 쉽게 눅눅해질 수 있는데, 소량의 밀가루를 섞으면 구조가 조금 더 안정적이 됩니다.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글루텐이 생겨 질겨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소스 따로 찍먹: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찍먹입니다. 바삭한 튀김옷은 소스와 닿지 않는 순간까지 유지되므로, 원하는 만큼만 찍어 먹는 것이 바삭함을 오래 즐기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탕수육은 단순히 튀긴 고기에 소스를 얹은 요리가 아닙니다. 전분이 물을 만나 호화되고, 기름 속에서 수분이 증발하며 얇은 껍질을 만드는 분자 수준의 변화가 어우러진 과학 작품입니다. 또한 글루텐을 억제하고, 전분의 특성을 활용하며, 기름의 온도를 조절하는 과정은 일종의 실험실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겉바속촉’이라는 표현도 사실은 화학·물리학적 현상의 결과입니다. 다음 번에 탕수육을 먹을 때, 한 입 베어 물며 바삭함을 느낄 때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전분과 글루텐의 과학을 떠올려 보세요. 음식은 맛뿐만 아니라, 과학을 배우는 최고의 교과서가 될 수 있으니까요.